Page 84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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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게 큰 사람도 그 속을 벗어날 수 없다.노승이 위산에 이르
                렀을 때,어떤 승이 묻기를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
                신 뜻입니까?’하니,위산이 이르기를 ‘나에게 그 평상을 건네
                다오’하였다”고 한다.만일 본분종사일진대 모름지기 본분의
                일로 사람을 제접해야 한다.
                  어떤 승이 묻되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

                까?”하니,조주가 이르되 “뜰 앞의 잣나무니라”하였다.승이
                이르되 “화상께서는 경계를 가지고 사람에게 보이지 마소서”
                하니,조주가 이르되 “경계를 가지고 사람에게 보이지는 않는
                다”하였다.승이 다시 묻되 “그렇다면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
                쪽에서 오신 뜻입니까?”하니,조주가 이르되 “뜰 앞의 잣나무
                니라”하였다.
                  양주(楊州)성동(城東)의 광효사(光孝寺)혜각(慧覺)선사가 법
                안(法眼)에게 갔더니 법안이 묻되 “어디로부터 오는가?”하였

                다.혜각이 대답하되 “조주에게서 옵니다”하였다.법안이 다시
                묻되 “들으니,조주에게 잣나무 화두가 있다고 하던데,사실인
                가?”하니,혜각이 대답하되 “그런 일 없습니다”하였다.법안
                이 다시 묻되 “오가는 사람들이 모두 이르기를,‘어떤 승이,어
                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이냐고 물으니 조주가 뜰
                앞의 잣나무니라’했다는데,그대는 어찌하여 없다고 하는가?”
                하니,혜각이 이르되 “스승[先師]께서는 실로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없습니다.화상께서는 우리 스승을 비방치 않으시면 좋겠
                습니다”하였는데,제방에서는 그를 두고 각철취(覺鐵觜:쇠부
                리 혜각)라 부르게 되었다.
                  승묵(勝黙)화상은 반드시 사람으로 하여금 이 말씀을 거쳐서
                잘못된 소견을 씻어 주었으니 일찍이 이르되 “삼현(三玄)과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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