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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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히 헛수고를 함이여,수레를 만들어 바퀴를 맞추는 일이요,
-장차 사용하면 좋을 듯한데…….
본래 재주가 없음이여,골짜기를 막고 구렁텅이를 메우도다.
-풍류를 사는 데 돈이 필요치 않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7백 갑자*를 지내노라니,경험한 일이 많을 것이다.그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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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언덕 같은 눈썹에 눈발이 걸렸다고 했다.그러기에 옛사람
이 눈썹과 눈을 일러 바위와 번개[岩電]라 했는데,천동은 강
같은 눈동자[海眸]와 입 같은 바다 어귀[海口]라는 고사를 써서
네 구절의 게송을 만들었다.마치 산 조주가 잣나무를 가리키
는 모습을 보는 것 같으니 눈썹은 갈대꽃 핀 언덕과 같고 눈은
가을물의 푸름 같다는 것이다.옛 시구에 “들의 물은 승의 푸
른 눈동자보다 맑고,먼 산은 부처의 검푸른 머리보다 진하다”
하였다.
입 같은 바다 어귀에 파도가 일고,혀 같은 당도리가 물결
위를 가로지른다 한 것은 물결은 배를 뒤집을 수도 있지만 배
는 물결을 타고 지난다는 뜻이다.한 말씀이 족히 나라를 일으
키기도 하고,한 말씀이 능히 나라를 패망시키기도 하니,그러
기에 잇달아서 난리를 평정시키는 솜씨요,태평을 이룩하는 계
교라 하였다.
조주가 일찍이 이르기를 “때로는 한 포기의 풀로 장육금신
(丈六金身)의 기능을 삼고,때로는 장육금신으로 한 포기의 풀
의 기능을 삼는다”하였는데,이 말씀이 사람들의 의혹을 끊어
주기 위한 것이건만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도리어 의혹을
*조주는 120세를 누렸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