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P. 87

종용록 中 87


                내던가?조주가 어찌 총림을 교란시키려 했겠는가?
                  사람들은 조주가 남의 물음에 답하되 말이 떨어지자 척척
                대꾸하는 것을 보고 생각하기를 ‘마치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
                는 것 같다’하거니와 천동만은 그가 80세에도 행각을 했다는
                사실과 ‘세 살 먹은 아이라도 나보다 나은 점이 있으면 나는
                그에게 배우리라’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는 곧 한가한 때에 준비를 해두었다가 급할 때에 쓰는 가
                풍이다.일찍이 고생을 겪은 이가 아니면,와륜(臥輪)선사가 이
                르기를 “와륜에게 재주 하나가 있어/능히 백 가지 생각을 끊
                는다/경계를 대하여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면/보리가 나날이
                자라난다”한 것에 대하여 육조가 이르기를 “혜능은 재주가 없
                어서/백 가지 생각을 끊지 않는다/경계를 대하면 마음을 자주
                일으키거니/보리가 어떻게 자라나리오!”한 도리를 알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골짜기를 막고 구렁텅이를 메우는 일은 또
                어찌하겠는가?지금 모두를 서호(西湖)에다 던지면 짐을 덜은
                맑은 바람을 누구에게 전해야 할까?
   82   83   84   85   86   87   88   89   90   91   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