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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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습니까?”하니,운거가 이르되 “그는 타인과 나[人我]를 다투
지 않기 때문이니라”하였다.
광본(廣本) 유마경(維摩經)에는 삼만 이천 보살이 제각기
불이법문을 설했다고 하였는데,지금은 오직 삼십이 보살이라
하였다.마지막에 문수는 송곳 세울 자리도 없었으나 유마는
송곳조차 없는 소식을 보였다.보복 종전(保福從展)이 이르되
“문수는 귀를 막고 요령을 훔치다가 오강(烏江)에서 힘이 다했
고,유마는 한 번 침묵에 드니 교화의 문턱을 나서지도 않았
다”하였는데,만송은 이르노니 “사람은 시비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하노라.보복이 또 이르되 “알량한 유마가 문수에게
한 번 쓰러지더니 지금껏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하였는데,만
송은 이르노니 “일어나려면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따귀를
한 대 갈기리라”하노라.
낭야 혜각(瑯琊慧覺)이 이르되 “문수가 그토록 선하다고 찬
양했으나 겨우 표주박 점[杓卜]을 치면서 허공의 소리를 들으
려는 격이었다.그래서 유마는 잠자코 있었으니,그대들은 이
리저리 추측[鑽龜打瓦]해서는 안 된다”하였는데,만송은 이르
노니 “엉터리[杜撰]가 적지 않구나!”하노라.
오직 설두만이 문수가 물음을 마친 자리에서 말없이 잠자코
양구한 뒤에,자리에 버티고 앉아서 이르되 “유마가 무엇이라
말했던가?”하였고,다시 이르되 “감정해 마쳤다”하였지만,만
송은 이르노니 “귀신노릇 할 줄을 몰라서 한낮에 나타났구나!”
하노라.
천의 의회(天依義懷)가 송하되 “유마는 침묵도 양구도 않고/
그저 자리에 앉아 따지니 허물이 이루어졌다/요즈음 제방에서
문답하는 것을 보니/아직도 이것을 양구라 하네”하였는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