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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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中 91
떤 승이 그 스승에게 묻되 “선사들의 어록에는 양구라는 말이
많은데 그 양구라는 게 누구입니까?”하니,스승이 대답하되
“이는 양씨(梁氏)네 여덟째 동생이다”하니 전하는 이들이 웃음
거리로 삼았다.
천의의 나중 두 구절은 소름이 오싹하고 초연하고 준엄하게
이른 것으로서,취모검이 갑 속에서 싸늘한 기운을 뿜어/외도
와 천마들의 목을 모두 벤다는 기상이나,만송은 이르노니 “신
비한 칼날이 가만히 목을 지나갔건만 아픔도 간지러움도 느끼
지 못하는구나!”하노라.
백운 수단(白雲守端)이 송하되 “한 개,두 개,백천 개여/손
가락 꼽으면서 글줄을 세기에 끝날 줄이 없도다/잠시 어두컴
컴한 창 밑에 밀쳐 두었다가/내일 다시 그대와 계산해 보세!”
하였는데,만송은 이르노니 “무슨 부질없는 헛수고냐?”하노라.
천동이 마조(馬祖)의 장두백 해두흑(藏頭白海頭黑:제6칙 참
조)화두를 송하고 그 마지막에 이르되 “당당히 혀끝을 눌러앉
히니 비야성의 늙은 선생[老古錐]을 비웃음 직하여라”하였는
데 오늘 유마를 만났으니,눈치[面譽]에 관계치 않으리라.
송고
만수(曼殊)가 비야리성 노거사의 문병을 갔는데
-도의상으론 당연하지.
불이문(不二門)을 활짝 열고 작가(作家)를 찾아봤네.
-납승의 분상에서 할 일이지.
옥돌 속의 순수한 옥을 뉘라서 감정해 내랴?
-큰 변재는 도리어 말더듬이 같고,
앞도 잊고 뒤도 잊었으니,애타게 한탄치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