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0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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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방으로 통하는 나루터엔 배와 수레 분주하다.
               -어딘들 풍류가 아니랴?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용아의 포단과 선판을 취미와 임제가 대중 앞에서 집어달라
                고 했는데 그는 어찌하여 작가다운 용(用)을 내놓지 않았을까?
                백장(百丈)이 여우[野狐]의 화두를 들고 나니,황벽(黃蘗)이 묻
                되 “옛사람은 한마디를 잘못 대답하고도 여우의 몸을 받아 5백

                생을 전전했으니 잘못 대답하지 않으려면 어찌해야 됩니까?”
                하였다.백장이 이르되 “가까이 오라,그대에게 말해 주리라”
                하매,황벽이 앞으로 다가서면서 먼저 백장의 뺨을 한 대 때렸
                다.백장이 이르되 “오랑캐의 수염은 붉다고 여겼는데 이제 보
                니 수염 붉은 오랑캐도 있구나!”하였으니,이것이 당해 근기로
                서 작가다운 모습이다.
                  용아도 작가가 아닌 것은 아니나 눈 밝은 이 앞에서는 바보

                됨을 걱정하지 않았으니 당해 근기로서 우레가 달리듯 번개가
                쓸듯이 한 세대에 우뚝하기를 원하지 않은 것이다.옛 시에 이
                르되 “일천 리 안의 풍광은 중추(中秋)의 달빛이요/십만 군대
                의 함성은 한밤중의 파도소리라”했으니,이른바 춥고 가난하
                고 저축한 것 없는 이의 경지인 것이다.어떤 승이 경청(鏡淸)
                에게 묻되 “학인이 그 근원을 알지 못하였으니 스님께서 방편
                을 베풀어주십시오”하니,경청이 이르되 “그게 무슨 근원인
                가?”하고 되물었다.승이 대답하되 “그 근원 말입니다”하니,

                경청이 이르되 “만일 그 근원이라면 어떻게 방편을 받아들이겠
                는가?”하였다.이때 곁에 있던 시자가 묻되 “지금까지의 것은
                그를 바보 되게 함[成褫]이옵니까?”하니 경청이 이르되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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