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1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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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下 101
다”하였다.시자가 다시 묻되 “바보 되게 하지 않음이옵니까?”
하니,경청이 이르되 “아니다”하였다.시자가 다시 묻되 “화상
의 높으신 뜻은 무엇이옵니까?”하니,경청이 이르되 “한 점의
먹물이 두 곳에서 용을 이루느니라”하였다.
바보 됨이란 즉 결박을 성취한다는 뜻이니 퍼뜨려서[流布]
가문을 욕되게 할까를 두려워한 것이다.동산이 조산(曹山)에게
부촉하되 “내가 스승 운암(雲岩)선사에게 보경삼매(寶鏡三昧)를
친히 인가받았는데 사리(事理)의 극칙에 이른 확적하고 요긴한
법이었다.이제 그대에게 주노니 그대는 잘 보호해 지녀서 끊
이지 않게 하라.이 뒤로 만일 참된 법기(法器)를 만나거든 바
야흐로 전해 주되 모름지기 비밀히 형체를 드러내지 마라”하
였으니,퍼뜨림[流布]에 떨어져서 후인들을 제접하기 어렵게 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어떤 승이 동안 상찰(同安常察)에게 묻되 “어떤 것이 창과
방패[干戈]가 없는 경지입니까?”하니,동안이 대답하되 “허공
에는 검을 걸 수 없고 옥토끼는 비늘을 입지 않느니라”하였
다. 문세전(聞世傳) 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천하(天河)가 바다
와 통했는데 바닷가에는 해마다 팔월이면 뗏목을 타고 어김없
이 왕래하는 이가 있어 신의를 잃지 않았다.박망후(博望侯)장
건(張騫)이 양식을 많이 싣고 뗏목을 타고 길을 떠났는데 홀연
히 밤낮을 가리지 못하게 되었다가 갑자기 어느 곳에 이르니
성곽(城郭)과 거실(居室)이 보였다.거실 안에는 직녀(織女)들이
많이 있었고 오직 한 남자가 소를 몰고 강가에 왔다가 물을 먹
이지 않고 깜짝 놀라서 묻되 “어떤 사람이 여기에 왔는가?”하
였다.장건이 묻되 “여기가 어디오?”하니,그가 대답하되 “그
대는 촉(蜀)으로 가서 엄군평(嚴君平)에게 물으라”하였다.장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