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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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호남(湖南)용아산(龍牙山)거둔(居遁)선사는 처음에는 취미와
임제에게 참문했다가 나중에는 덕산(德山)과 동산(洞山)에게 참
문했다.어느 날 동산에게 묻되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하니,동산이 이르되 “동산의 물이 거꾸로 흐
르거든 그대에게 일러주리라”하매,선사는 깨달음을 얻었다.
불과(佛果)가 이르되 “용아가 그날 선판을 집어줄 때에 어찌 때
릴 줄을 몰랐겠는가마는 선원을 맡은 뒤 어떤 승이 묻기를 ‘화
상께서 두 존숙을 뵈셨는데 그들을 긍정한 것입니까,긍정치
않은 것입니까?’하니,용아가 이르기를 ‘긍정하기는 긍정한다
마는 요는 아직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이 없더라’하였으
나,불과는 이르노니 ‘산승은 그렇지 않다.긍정하기도 아직 긍
정할 수 없을뿐더러 요는 아직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도
없다’하리라”하였다.
불일 고(佛日杲)선사가 송하되 “자경(子卿)이 선우(單于)앞에
절하지 않고/끝까지 한왕[漢帝]의 법도를 지켰네/눈 내린 뒤
에야 비로소 송백의 절개를 알고/어려운 일 끝에야 바야흐로
대장부를 보게 된다”하였다.설두(雪竇)는 한결같이 억눌렀지
만 진여 모철(眞如慕喆)은 이르되 “취미와 임제는 가히 본분종
사(本分宗師)라 할 것이요,용아는 훌륭하게 수행[撥草瞻風]해
서 후인들의 귀감(龜鑑)이 되기에 족하다”하고,이어 원에 머
무른 뒤에 어떤 승이 물은 곳을 들고는 이르되 “용아는 앞을
바라보고 뒤를 돌아보매 병에 따라 약을 주었다.그러나 대위
(大潙:眞如)는 그러지 않으리니,승이 애당초 두 존숙이 밝혔
는가 밝히지 못했는가를 묻자마자 등줄기에 방망이를 후려쳤
더라면 취미와 임제를 살려낼 뿐만 아니라 물으러 온 승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