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0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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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라”하노라.현사(玄沙)는 이르되 “내가 그때에 보았더라면
손가락을 꺾어 버렸을 것이다”했는데,만송은 이르노니 “그렇
게 했더라면 동자의 원수를 갚아 주었을 뿐 아니라 후인들의
숨통까지 뚫어 주었을 것이다” 하노라.현각(玄覺)이 이르되
“일러 보라,현사가 그렇게 말한 뜻이 무엇이겠는가?”했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과연 의심스러웠다”하노라.운거 석(雲居錫)
이 이르되 “현사가 그렇게 말한 것은 긍정한 것인가,긍정치
않은 것인가?만일 긍정했다면 어찌하여 손가락을 꺾어 버린다
했으며,만일 긍정치 않은 것이라면 구지의 허물이 어디에 있
는고?”했는데,만송은 이르노니 “허물은 긍정하느니,긍정치
않느니 하는 데에 있다”하노라.선조산(先曹山)이 이르되 “구
지가 알아들은 것은 흐리터분[莽鹵]해서 다만 한 기연과 한 경
계만을 알았다.한 종류의 선사들이 손뼉을 치고 손을 비비는
것을 남원(南園)도 이상하게 여긴 적이 있느니라”하였는데,만
송은 이르노니 “물에 섞인 우유만을 골라내는 것은 모름지기
거위[鵝王]라야 한다”하노라.현각이 또 이르되 “일러 보라.
구지가 깨달았는가?만일 깨달았다면 어찌하여 알아들은 것이
흐리멍덩하다고 말했으며,만일 깨닫지 못했다면 어찌하여 ‘일
지두선을 평생 써도써도 다 쓰지 못했다’말하였을까?일러 보
라.조산의 뜻이 어디에 있겠는가?”하였는데,만송은 이르노
니,“곡조가 높아 응답하는 이가 적으니 뒷날 소리 알아주는
이[知音]를 만나기를 기대한다”하노라.
나중에 가산 내(嘉山來)선사가 진부(鎭府)의 서천녕(西天寧)에
있을 때 어떤 사람이 묻되 “철우(鐵牛)화상의 탑이 어디에 있습
니까?”하니,가산이 손으로 가리키자 홀연히 깨닫고 게송을
읊었다.“철우여,철우여/다시 딴 곳에서 찾지 마라/어떤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