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2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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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에 물들지 않게 하라.
               끝내 속된 물건이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
               -아직도 좀 부족한 것이 흠이다.

               얻은 바는 심히 간결하고
               -건곤을 꽉 막았다.
               법을 펼침은 더욱 너그러우니
               -손가락 한 번 퉁길 필요조차 없다.

               대천세계와 화장찰해를 털끝에 머금고
               -한 방울도 남기지 않는다.

               비늘 달린 용 끝없는데 누구의 손에 떨어질꼬?
               -천동이 아직 남아 있는데…….
               낚싯대를 잡은 임공(任公)이여,안녕히 가시라.
               -사람을 놀라게 하는 솜씨라 해도 무방하지 않은가.

               선사가 다시 한 손가락을 세우고 이르되 “보라”하였다.
               -사람 창피하게 만드는군!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만고에 항상한 허공이 하루아침의 풍월이거니 어찌 30년 동
                안 써도 다하지 않을 뿐이겠는가? 장자(莊子)   대종사편(大宗
                師篇)에서 공자(孔子)가 이르되 “저이는 방위의 밖[方外]을 다니
                는 이지만,나는 방위 안[方內]을 다니는 이다”하였으니,만일

                방위 밖의 기술이 없으면 어찌 세간과 출세간을 완전히 한 손
                가락 위에서 끝까지 꿰뚫어볼 수 있겠는가?옛 시에 이르되
                “눈앞에 속된 물건이 없으니,병이 많아도 몸이 가볍다”하였
                는데,천동은 가까이 몸에서 찾아,오직 한 손가락의 간편한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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