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1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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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下 121


                이 나에게 묻는다면/손가락을 세우리라”하였는데,만송은 이
                르노니 “비록 알아듣기를 흐리멍덩하게 했으나 남의 것을 빌려
                오지는 말아야 하리라”하노라.보지 못했는가?명초사(明招寺)
                독안 용(獨眼龍)이 국태 심(國泰深)선사에게 묻되 “옛사람이 이
                르기를 ‘구지는 겨우 석 줄의 주문을 외우고 문득 모든 사람을
                뛰어넘는 명성을 얻었다’하는데 그 석 줄의 주문은 어떻게 외

                웁니까?”하니,국태가 한 손가락을 세우자,명초가 말하되 “오
                늘이 아니었다면 어찌 그 같은 고향 사람[瓜州客]을 알 수 있
                었으리오?”하였는데,만송은 이르노니 “설사 병증세가 다르다
                하여도 먼저 그 근본을 치료해야 한다”하노라.
                  참동계(叅同契)에 이르되 “말에 따르는 데는 모름지기 뜻을
                이해해야 하나니/스스로가 규구(規矩)를 세우지는 마라”하였
                으니,이른바 “밤이 깊어도 오던 길을 분명히 안다면 날 밝기
                를 기다리지 않고 문득 관문을 나선다”한 것과 같다 하노라.

                불국(佛國)이 송하되 “기연(機緣)을 문답하는데 어찌 쉽사리 대
                답하랴?/돈이 없으면 멋진 풍류객이 되기는 어려우니라/마음
                속에 일이 있어도 말할 길 없어/그저 바쁜 가운데서도 손가락
                만 세운다”하였으니,만일 멋진 풍류객이 되어 마음속의 일을
                홀연히 털어놓고자 한다면 다시 천동화상께 참문하라.



               송고
               구지노자(俱胝老子)의 일지두선이여,
               -당나귀가 발굽을 오므렸나?

               30년 동안 써도 다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쳐든 손을 어지러이 내리고 있다.
               실로 도인은 방외(方外)의 기술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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