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8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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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했으나 오랫동안 국사의 시봉을 들었다.국사가 입적한
뒤 황제가 탐원을 궐내로 불러 앞의 이야기를 들어 물으니,탐
원이 양구했다가 이르되 “성상께서는 아십니까?”하니,황제가
대답하되 “모르겠소”하니,탐원이 게송을 읊되 “소상강의 남
쪽이요,동정호의 북쪽이니/그 안에 황금이 온 나라에 가득 찼
도다/그림자 없는 나무 밑에서 다 같이 배에 오르니/유리궁전
위에는 아는 이가 없더라”하였는데,혹 어떤 이는 “‘소상강
[相]의 남쪽이요,동정호[譚]의 북쪽이라’한 것을 부산원록공
(浮山遠錄公)이 고쳐 쓰되 ‘우두(牛頭)의 남쪽이요,마두(馬頭)의
북쪽이라’하였으니,다만 뜻을 얻고 통발을 잊으면 옳지 못할
것이 없다”하였거니와,설두가 이르되 “남쪽을 북쪽이라 여기
는 꼴을 면치 못한다”한 것이 바로 이것을 이른 말일 것이다.
어떤 승이 신라(新羅)의 대령(大嶺)화상에게 묻되 “어떤 것이
모든 곳이 청정한 것입니까?”하니,대령이 이르되 “옥 가지를
꺾으니 가지마다 보배요,전단을 꺾으니 조각마다 향이라”하
였고,단하 자순(丹霞子淳)화상은 송하되 “건곤이 모두가 황금
의 나라니/만 가지에 완전히 정묘신(淨妙身)이 나타난다”하였
으니,탐원(眈源)이 말한 바 “황금이 온 나라에 꽉 찼다”하였
고,단하도 “나라 역시 황금이라”했으니,실 한 올만치 빗나갔
다.
“그림자 없는 나무 밑에서 다 같이 배에 오른다”고 한 것은
주역 약례(略例)에 이르되 “같은 배로 건너면 호(胡)와 월(越)
일지라도 어찌 마음 다름을 근심하리오?예컨대 점괘(漸卦)의 3
과 4가 바탕이 다르더라도 잘 섞으면 외물이 틈을 낼 수 없고
순리대로 하여 서로 잘 보존하면 마치 같은 배에 함께 탄 것
같을 것이요,위와 아래가 바탕이 다른 것이 마치 호와 월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