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4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P. 184

184


               송고
               냄새나는 가죽주머니를 벗어버리고
               -풀이 마르니 매의 눈길이 재빠르다.

               붉은 육단심(肉團心)을 바꾸어 놓았다.
               -눈이 다 녹으니 말의 발굽이 가벼워졌다.
               단번에 콧구멍이 반듯해졌고

               -그러나 쉬지 않고 작동시켜야 한다.
               당장에 해골바가지가 말랐다.
               -결코 귀신을 보지는 않게 하라.

               늙은 의원은 종래의 병을 보지 않는데
               -손만 닿으면 병이 없어진다.
               젊은이들은 마주 보면서도 가까이하기를 어색해한다.

               -그는 국토가 없거니 어디에서 그를 만나겠는가?
               들 물이 여윌 때에 가을장마 물러가고
               -용은 옛길로 다닌다.

               백운이 끊어진 곳에 옛 산이 싸늘하다.
               -이것이야말로 멸하기 어렵다.
               모름지기 끊어 버려서
               -군자의 한 말씀이…….

               어름어름 속이지 마라.
               -등불을 켜고 밥을 먹는다.
               공 없는[無功]경지까지 바뀌어 다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잎은 떨어져 뿌리로 돌아가고
               외로이 표방하노라니 그대와 어울리지 않는다.
   179   180   181   182   183   184   185   186   187   188   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