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6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P. 186
186
때 진실되게 도를 보고/해골바가지의 알음알이가 다하면 눈이
비로소 밝아진다/기쁨과 알음알이가 다할 때 소식이 다하지만
/본인이야 어떻게 흐림 속의 맑음을 알랴?”하였다.승이 다시
묻되 “어떤 것이 마른나무 속에서 용이 읊조리는 것입니까?”
하니,조산이 이르되 “혈맥이 끊이지 않느니라”하였다.승이
다시 묻되 “어떤 것이 해골바가지 속의 눈동자입니까?”하니,
조산이 이르되 “다 마르지 않느니라”하였는데,조정사원(祖庭
事苑)에는 “말라 다했다”하였고,천동 송(天童頌)의 병서(幷序)
에는 이르되 “붉은 육단에 참되고 항상함이 홀로 드러나고 해
골바가지의 눈에 눈물은 마르고 알음알이는 새어난다”했으니,
“말라 다했다”하여도 잘못은 없을 것이다.
속담에 이르되 “늙은 의원에 젊은 점쟁이라”한 것이 있으
니,이는 의원은 늙어야 능하고 점쟁이는 젊어야 영험하다는
말이다.그러므로 동산 노작가는 병 있음을 보지 않는다.“젊은
아이들이 마주 보면서도 가까이하기 어려워한다”는 것은 친하
려 하면 성글어지고,향하려 하면 어그러지니,늙은 소나무의
병든 가지는 병으로 인해 더욱 기묘해지고 유마는 여위었으되
파리하지 않았으니,병으로 인해 도를 닦는다는 생각이 날마다
줄어든 것이다.서경(西京)봉성사(奉聖寺)의 심(深)선사가 병에
서 일어나 읊은 송에 이르되 “기운이 떨어지니 정서(情緖)마저
끊어지고/뜻을 일으키자니 뜻의 길이 없도다/눈을 끔벅일 힘
조차 없으매/여러 해를 문 밖에 나갈 일이 없더라”하였는데,
부용 해(芙蓉楷)화상이 이르되 “이 한 게송이 자연히 노승의 법
을 이어받았다”하였으니,이는 물이 줄어드니 장마가 물러간
때요,구름이 끊어지니 산 빛이 싸늘해지는 경지이다.
“모름지기 끊어 버려서 어름어름 속이지 마라”한 것은 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