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4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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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불평스러운 일을 만났구나!
묻되 “선사께서 이르시기를 ‘쉬어라,쉬어라’하셨고,
-힘을 들여서 무엇 하랴?
‘한 생각이 만 년 가게 하라’하셨고,
-앞의 것을 잊고 뒤의 것을 잊는 첨지인데…….
‘식은 재나 마른나무 같게 하라’하셨고,
-무슨 기색이 있더냐?
‘한 가닥의 베를 희게 도련하라’하셨는데,
-절대로 티를 묻히지 마라.
일러 보라,어떤 쪽의 일을 밝히신 것인가?”하니,
-다만 무사하기만을 요한다.
수좌가 대답하되 “한 빛이 되는 쪽의 일[一色邊事]을 밝히신
것이오”하였다.
-두 쪽이 나 버렸네.
구봉이 이르되 “그러면 스승의 뜻을 알지 못한 것이오”하니,
-하루아침에 권력이 손아귀에 들어왔다.
수좌가 이르되 “그대가 나를 긍정치 않는다지만 향을 싸 가지
고 와서 제자의 예를 드리려 한 것은 어찌 하겠는가?”하더니,
-과연 모르는구나!
이어 향을 사르고 이르되 “내가 만일 스승의 뜻을 알지 못했다
면 향 연기가 솟을 때 앉은 채로 열반에 들지 못하리라”하고는,
-사람을 놀라게 만드는군.
말을 끝내자 앉아서 입적[坐脫]했다.
-거기가 어디이기에 그렇게 떠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