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8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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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초가 속의 사람,한 빛의 경관에 홀린다.
-해가 뜬 뒤엔 한바탕의 허무함이리.
시방을 좌정시켰으되 여전히 이마를 부딪쳤는데
-결코 뿌리를 내어서는 안 된다.
한 걸음을 은밀히 옮기다가 나는 용을 보았다.
-별다른 조화로구나!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천동은 “의리는 가난한 집부터 끊어지고 세상 인정은 돈 있
는 집으로 치우쳐 향한다”하였는데,만송은 이르노니 “가풍의
시설은 구봉만 못하지만 진리에 들어가서 깊이 이야기하기로
는 수좌보다 백 걸음이나 앞섰다”하노라.승묵(勝黙)화상이 조
정영사시(祖庭詠史詩)를 썼는데 이르되 “수좌는 공연히 향 한
개비만 낭비했고/구봉은 덕 높은 현인을 억누르기만 한 이는
아니다/만일에 한 빛 되는 것만으로 법을 잇는다고 여기면/스
승께서 인연 빌리지 않은 것을 저버리리라”하였으니,석상이
대중에게 보이는 말씀에 이르되 “비추는 공부를 일찍이 잊지
않았더라도 역시 밖으로 이음[外紹]이며 신하의 종자[臣種]이
며,빌려 옴[借]이라고도 하거니와,만일 탄생할 때 왕자같이
실 한 올도 걸리지 않으면 태어나자마자 곧 왕위를 계승하리니
이는 안으로 이음[內紹]이며,왕의 종자[王種]이며,말을 빌리지
않음[句不借]이라 한다.빌리면 한 빛깔에 치우친 일이니 부득
이해서 근기에 응하여 중생을 이롭게 할 때에는 겨드랑이에 끼
고 이끈다[挾帶]”하였다.
“이마를 부딪는다[點額]”는 것과 “나는 용[飛龍]”이라 함은
우문(禹門)에서 고기가 변화하는 일이요,또 하나는 주역(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