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5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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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下 195
이에 구봉이 그의 등을 어루만지면서 이르되 “앉아서 죽고 서
서 벗어나는 길이 없지는 않으나
-몸을 벗어버리기는 오히려 쉬운 일이나
스승의 뜻은 꿈에도 보지 못했다”하였다.
-티[體]까지 몽땅 벗어나는 길은 썩 어려울걸.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균주(筠州)의 구봉(九峰)도건(道虔)선사는 석상의 법을 직접
이어받아 사람을 죽였다 살렸다 하는 주장자를 전해 받고 납자
의 면목을 갖추었으나 수좌는 외통수[擔板漢]여서 겨우 한 토
막의 막대기를 얻었다.그때에 “그렇다면 스승의 뜻을 알지 못
했다”하는 소리를 듣자,그저 이르되 “내가 형에게 졌소”했
더라면 문득 구봉으로 하여금 몸을 용납할 곳이 없게 만들었을
뿐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귀의하게 했을 것이다.듣지 못했는
가.“다투면 부족하고 겸양하면 남음이 있다”했는데,요즘에
참학하는 사람들은 그저 옛사람들이 앉아서 입적하고 서서 죽
은 것만 말하면서 자신들은 떠날 때 손발을 허우적거리는도다.
또 보건대 구양(歐陽)문충공(文忠公)이 숭산(崇山)의 노승을
찾아뵈었을 때 노승이 이르되 “요즘 사람들은 생각생각을 어지
러운 데 두니 임종할 때에 어떻게 안정함을 얻으리오?”하였건
만,요즘[這廻]은 한결같이 속히 태어나고 속히 죽는 법만을 구
하는도다.각범(覺範)이 송하되 “죽을 때에 응당 다해야 할 것
은 문득 응당 다할 것이니/앉아서 입멸하고 서서 죽는 것은
아이들에게나 자랑할 거리다/수락(酥酪)이 우유에서 나오는 것
별다른 법이 없나니/죽을 때를 무엇 하러 미리 알려 하는가?”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