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2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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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 “폐하의 그 보배를 좀 보여주소서”하였다.황제가 두 손으
로 복두건의 끝을 끌어다 보이니,흥화가 이르되 “군왕의 보배
를 누가 감히 값을 매기겠습니까?”하매,황제가 크게 기뻐하
면서 자의(紫衣)와 사호(師號)를 하사하려 하였으나 흥화가 모
두 받지 않으매 황제는 다시 어마(御馬)한 필을 하사했다.만
송은 이르노니 “첫째 자신이 군왕임을 알아야 되고,둘째 중원
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그러한 뒤에 그 보물의 값을 물어야
한다”하노라.
현각(玄覺)이 징(徵)하되 “일러 보라.흥화는 동광제를 긍정한
것인가,긍정치 않은 것인가?만일 긍정했다면 흥화의 안목이
어디에 있으며 만일 긍정치 않았다면 동광제의 허물이 어디에
있는가?” 하였는데,만송은 이르노니 “공생(空生:수보리)이
금강경 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여 의심나는 점을 물은 것이
천하에 가득하더라”하노라.
설두(雪竇)가 이르되 “지존(至尊)이 얻은 바는 다만 곁에서
넘겨다볼 뿐인데 만일 본분작가 흥화가 아니었다면 가끔 지나
치게 비싼 값을 매겼을 것이다”하였는데,만송은 이르노니
“마치 굶고 온 사람 같구나”하노라.
취암 지(翠岩芝)가 이르되 “흥화가 그때에 쓴 한 수는 가히
명정(酩酊)이라 하리니,지금 누가 어떻다 판단할 것인가?”하
였는데,만송은 이르노니 “방망이를 맞은 뒤에 안건을 판별(判
別:재판)하는구나!”하노라.운봉 열(雲峰悅)이 이르되 “참됨은
거짓을 가리지 못하고 굽은 것은 곧은 것을 갈무리하지 못하나
니,눈 있는 자는 가려내 보라”하였는데,만송은 이르노니 “그
눈먼 자에게 물으라”하노라.황룡 심(黃龍心)이 이르되 “흥화
가 한때 기미를 보고 움직였거니와 그러나 한 조정의 천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