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6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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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기 때에 맞추고 시절에 응해야 한다”하였는데,암자를 맡게
                되자 어느 날 도적이 들어 칼을 들고 묻되 “화상은 값진 보배
                를 내놓으시오”하였다.이에 삼각이 이르되 “승가의 보배는
                그대들에게는 필요치 않을 것이니라”하니,도적이 이르되 “어
                떤 보물이오?”하매,삼각이 문득 할을 했더니 도적이 알아듣
                지 못하고 칼을 들어 해쳤다.만송은 항상 이 일을 우습게 생

                각하고 있노라.
                  법우(法雨)가 송하되 “꼭대기에다 띠집을 짓고 삼각산에 사
                노라니/가보(家寶)랄 것 별달리 깊이 간직 못 했네/창졸간에
                주머니 열어 감정하는 사람 속여 주니/변화가 월족(刖足)의 벌
                받은 것 어찌 잘못이겠는가?/잘못 걸주(桀紂)를 만났음이여,헛
                되이 예절만 갖추었으니/흥화와 장종이 화기를 깨뜨리지 않은
                격보다는 전혀 못하네”하였다.
                  어떤 승이 법운 원통 수 철벽(法雲圓通秀鐵壁)에게 묻되 “스

                님께서는 주머니 속에 보물을 간직하셨다고 오래 전부터 듣고
                있습니다.오늘 법연을 연 기회에 좀 보여주소서”하니,수 철
                벽이 대답하되 “군자는 재물을 사랑하기는 하되 취하는 데는
                도가 있느니라”하였으니,법운이 드러내 보이지 못했다 하지
                말고 흥화가 감히 값을 매겼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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