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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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下 27
무리는 학문을 좋아하지도 않고 근본도 알지 못하니 그와 더불
어서는 여래의 가르침을 이야기할 바가 못 된다”하였고,무진
등(無盡燈)의 부집(附集)에서는 통례에 준해 부담 없이 남전의
행장을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남전은 처음에 율을 익혔고,다음에는 화엄과 능가를 듣더니
나중에는 삼론(三論)의 관법에 들어갔고,마조(馬祖)가 외도라고
꾸짖는다는 말을 전해 듣고는 자주 그 문을 두드려 끝내는 통
발을 버릴 줄 알게 되었다.어느 날 죽을 끓이는데 마조가 묻
되 “통 속의 것이 무엇인고?”하니,남전이 대답하되 “이 노장
이 합당히 입을 다물어야 할 터인데 무슨 소리를 하는가?”하
였다.남전은 계기에 임해 마조에게 양보치 않음이 이와 같았
건만 나중에는 조주의 손아귀에 들어 묵은 빚을 갚고야 말았
다.
남전이 어느 좌주에게 묻되 “열반경은 무엇으로 극칙(極則)
을 삼는가?”하니,좌주가 대답하되 “여여(如如)로써 극칙을 삼
습니다”하였다.이에 남전이 이르되 “여여라고 부른다면 벌써
달라진 것이다.요즘의 사문들은 모름지기 다른 종류[異類]속
에서 행하여야 비로소 된다”하였다.조주가 승당 앞에서 묻되
“다르다 함은 묻지 않겠습니다.어떤 것이 종류입니까?”하니,
남전이 두 팔을 벌려 땅에 버티고 엎디었다.조주가 발로 한
번 짓밟아 쓰러뜨리고는 얼른 연수당(延壽堂)으로 들어가서 외
치되 “원통해라!원통해라!”하였다.남전이 시자를 시켜 묻되
“무엇이 그리 원통한고?”하니,조주가 대답하되 “두 번 거듭
밟아 주지 못한 것이 원통하오”하였다.
남전이 상당하여 이르되 “왕노사(王老師:남전)가 젊어서부
터 암소 한 마리를 길렀는데 개울 동쪽에다 놓아먹이면 남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