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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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下 29
전이 다시 묻되 “지혜[智]가 이르지 못하는 곳에서는 어떻게
종(宗)을 삼겠는가?”하니,도오가 이르되 “결코 말해서 안 됩
니다”하였는데,남전이 이르기를 “과연 그렇다.말한다면 머리
에 뿔이 날 것이다”하였다.
사흘 뒤에 운암과 함께 후원에서 누더기를 꿰매는데 남전이
지나다가 묻되 “어제 이르기를 ‘지혜가 이르지 못하는 곳을 절
대로 말하지 마라.말한다면 머리에 뿔이 날 것이다’했는데
어떻게 처신[行李]해야 합당할꼬?”하니,도오는 문득 일어서서
승당으로 들어가 버렸고 남전도 자리를 떠나 버렸다.운암이
도오에게 묻되 “사제(師弟)는 어찌하여 아까 화상께 대답을 안
했는가?”하니,도오가 이르되 “사형은 그렇게도 영리하시군
요”하였으나,운암은 알아듣지 못하고 다시 남전에게로 가서
묻되 “아까 보여주신 공안에 대하여 종지두타는 어찌하여 화상
께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까?”하였다.이에 남전이 대
답하되 “그는 도리어 딴 종류 가운데의 행을 하기 때문이니라”
하니,운암이 다시 묻되 “어떤 것이 딴 종류 가운데의 행입니
까?”하매,남전이 이르되 “듣지 못했는가?‘지혜가 이르지 못
하는 곳을 절대로 말해서는 안 된다.말을 한다면 머리에 뿔이
난다’하였으니,모름지기 딴 종류 가운데에서 행해야 하느니
라”하였다.운암이 그래도 알지 못하니,도오는 운암이 알아듣
지 못하는 것을 보고 생각하되 “이 사람은 여기와는 인연이 맞
지 않는구나!”하고는 곧 그를 데리고 함께 약산(藥山)에게로
돌아갔다.
운암이 앞의 일을 이야기하니 약산이 이르되 “그대는 그의
그런 경계[時節]를 어떻게 이해했기에 이렇게 문득 돌아왔는
고?”하니,운암이 대답이 없거늘 약산이 크게 웃어 버렸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