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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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초(水草)를 침범하지 않을 수 없고 동쪽에다 놓아먹이면 역
시 남의 수초를 침범하지 않을 수 없어서 지금에는 이렇게 으
슥한 곳에다 들여놓으니 아무도 보지 못하느니라”하였다.
남전이 어느 날 욕주(浴主)가 목욕물 데우는 것을 보고 이르
되 “공양 끝에 암소를 목욕시켜 주기 바라네”하였다.나중에
욕주가 남전에게 가서 청하되 “고삐가 있으신지요?”하니,조
주가 손으로 남전의 코를 끌었다.이에 남전이 이르되 “옳기는
옳으나 너무 거칠다”하였다.
조주가 묻되 “알고 있는 사람은 어디로 갔습니까?”하니,남
전이 이르되 “산밑의 단월 댁에 한 마리의 암소가 되었느니라”
하였다.조주가 이르되 “화상께서 지시해 주심에 감사드립니
다”하니,남전이 이르되 “지난밤 삼경에 달이 창밖에 이르렀
었느니라”하였다.
남전이 임종하기 직전 어떤 수좌(首座)가 묻되 “화상께서 열
반에 드신 뒤엔 어디로 가시겠습니까?”하니,남전이 이르되
“산밑의 한 마리의 암소가 되리라”하였다.수좌가 다시 묻되
“제가 화상의 뒤를 따르려는데 되겠습니까?”하니,남전이 이
르되 “네가 나를 따르려면 모름지기 풀 한 줄기를 입에다 물고
와야 하리라”하였다.이러한 딴 종류[異類:동물]의 화두는 남
전(南泉)이 처음으로 제창한 것을 위산(潙山)이 화답하였고,도
오(道吾)와 운암(雲巖)이 전수한 것인데,이제 조산(曹山)에 이르
러 ‘삼타(三墮)’*의 관문으로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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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오가 남전에 이르니 남전이 묻되 “사리(闍梨)의 이름은 무
엇인가?”하니,도오가 대답하되 “종지(宗智)입니다”하였다.남
*피모재각(披毛載角)하는 유타(類墮),부단성색(不斷聲色)하는 수타(隨墮),불수식(不
受食)하는 존귀타(尊貴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