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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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下 51
조산이 대답하되 “나는 술에 곯아떨어지기를 좋아하느니라”하
였다.
-안 될 일도 없지.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어떤 승이 동안 위(同安威)선사에게 묻되 “우두(牛頭)가 4조
를 만나기 전의 경지가 어떠합니까?”하니,동안이 대답하되
“길가에 선 신령스러운 사당을 보는 이 누구나 공경하고 조심
하느니라”하였다.승이 다시 묻되 “만난 뒤엔 어떠합니까?”하
니,동안이 대답하되 “방안엔 고연[靈牀]이 없고 온 집안은 효
도를 하지 않느니라”하였는데,그 승은 묻되 “상복을 걸치지
않을 때가 어떠합니까?”한 것이다.
동산 수초(洞山守初)가 이르되 “때에 절은 모자[灸脂帽子]를
벗고 노린내[狐臭]나는 베장삼[布杉]을 벗어 소탈하고 시원스
러운 납자가 되었다”하였는데,나중에 승이 묻되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하니,“삼 서 근[麻三斤]이니라”하였다.
만일 이 경지에 이르렀다면 “조산이 오늘 탈상을 하였느니
라”한 소식도 알았을 터인데 그 승은 공연히 오늘의 조산의
행리처(行履處)를 더 알고 싶어서 묻되 “탈상한 뒤에는 어떠합
니까?”하니,조산이 이르되 “조산은 술에 곯아떨어지기를 좋
아한다”하였다.이에 대해 각범(覺範)이 이르되 “마음은 맑은
거울 같은데 입은 술취한 놈 같다”하였다.
어느 날 어떤 승이 묻되 “제[淸稅]가 빈곤하니 화상께서 구
제해 주소서”하니,조산이 “청세야!”하고 부르자,승이 “예!”
하고 대답했다.이에 조산이 이르되 “청원(淸源)의 막걸리 석
잔을 다 먹고서도 아직 입술도 축이지 못했다고 하는구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