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P. 52
52
였다.
또 어떤 승이 금봉(金峰)에게 묻되 “금 술잔에 술이 가득할
때가 어떠합니까?”하니,금봉이 대답하되 “금봉은 좋은 술[酩
酊]은 감당치 못하느니라”하였는데,불과(佛果)가 이 일을 들
어 말하되 “말을 듣고 종지를 이해하거나 근기를 밝혀 두루 응
하는 솜씨는 없지 않으나 금봉을 자세히 점검해 보건대 매우
허물 되도다.만일 어떤 사람이 내[蔣山]게 묻기를 ‘금 술잔에
술이 가득할 때가 어떠합니까?’하면,그에게 대답하기를 ‘산승
은 원래부터 천계(天戒)를 받았노라’하리라”하였다.
또 어떤 승이 조산에게 묻되 “하루 스물네 시간 가운데 어떻
게 보임(保任)하리까?”하니,조산이 이르되 “마치 독충이 지나
간 시골의 샘물과 같아서 남에게 한 방울도 적시지 못하느니
라”하였다.
조산은 어느 때엔 취한 속에서도 또렷또렷하였고 어떤 때에
는 또렷또렷하면서도 밤낮을 분간치 못했으니 그는 황량의 꿈
[黃糧夢]*이 끊어졌고 규합의 정[閨閤情]을 잊었기 때문이다.
2)
동산이 운거(雲居)에게 묻되 “일천제(一闡提)가 부모를 죽이면
효양(孝養)은 어디서 찾습니까?”하니,운거가 대답하되 “비로
소 효양을 이루느니라”하였는데,여기서 말한 삼년상은 벗는
탈상이 된다.
모주꾼[顚酒底人]이라 함은 동산이 이르되 “눈에 뜨이는 곳
마다의 황량한 숲에서 세월을 논하며 걸림 없이 산다”한 경지
인데 천동이 일찍이 그 세계에서 오락가락했었던지라 이렇게
*황량몽(黃糧夢,黃梁夢):허무한 꿈,꿈처럼 덧없는 부귀공명.고달픈 인생을 살
아가는 노생(盧生)이라는 사람이 한단(邯鄲)땅 주막에서 도사 여옹(呂翁)에게 베
개를 빌려 베고 잠이 들었다.꿈에서 온갖 부귀영화를 누렸는데 깨어 보니 주막
주인이 짓던 조밥이 익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