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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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下 55


                상(象)에 응하는 것이다.
                  노두(老杜)*의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가운데 “왕공(王公)앞
                            5 )
                에서 복건이 벗어져 정수리를 드러낸다”한 구절과 “천자가 불
                러도 배에 오르지 않고”한 구절은 모두가 형식이나 예절을 잊
                어서 굿단을 지을 수도 검속할 수도 없이 휘청거리는 모습을
                노래한 것이다.단하 천연(丹霞天然)이 어느 날 천진교(天津橋)

                위에 펼치고 누웠노라니,유수(留守)정공(鄭公)의 행차를 인도
                하던 사령이 꾸짖었다.선사가 돌아보지도 않으매 사령이 연유
                를 물으니 선사는 천천히 이르되 “나는 무사승(無事僧)이다”하
                니,정공이 공경하고 두려이 여겼다.또 설봉(雪峰)이 만참(晩
                參)때에 대중이 다 모였는데 안뜰[中庭]에 누워 있으니 태원
                부(太原孚)상좌가 이르되 “오주(五州)관내에 겨우 저 따위 화
                상이 좀 나은 편이라니……”하니 설봉이 벌떡 일어났다.이런
                일들은 모두가 옷깃을 헤치고 머리를 푼,일없는 술꾼[無事酒

                徒]들인 것이다.
                  조산은 탈상을 어떻게 누렸던가?사시가 언제나 봄처럼 풍성
                하고 만물은 모두가 술로써 풍류롭다.


















            *노두(老杜):당송 팔대가의 한 사람인 두보(杜甫)를 말함.소두(小杜)는 만당(晩唐)
              의 두목(杜牧)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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