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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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눈에 모래알 하나 넣지 못하는 것은 지나친 옹고집[太局狹
                生]이라 하였는데,조산(曹山)이 이르되 “끊기 어려운 세간의
                거친 탐․진․치는 도리어 가벼운 편이거니와 깨끗하여 무사

                무위한 이것은 무거움이 더할 바 없으리라”하였다.그러므로
                동산이 이르되 “명월당(明月堂)앞은 언제나 구하(九夏)*다”한
                                                                  4)
                것이다.
                  지극한 도는 형용할 수 없으므로 옛사람은 가까이는 자기의
                몸에서 찾고 멀리는 사물에서 찾아 비(比)와 흥(興)으로 비슷한
                사례에 연결하여 지극한 도를 깨우치려 했다.보자(報慈)가 용
                아(龍牙)의 반신상(半身相)을 찬(讚)하되 “해는 첩첩 산머리에
                솟고/달은 마주친 창문에 밝았다/몸이 없는 것은 아니로되/
                전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리라”하였다.이 두 노숙은

                모두가 동산의 문하였다.각범이 이르되 “그 가풍의 근기는 서
                열[廻互]을 귀히 여겨 존비의 지위[正位]를 범하지 않으려 했고
                말씀은 끝까지 하기를 꺼려 신훈[今時]에 떨어지지 않으려 했
                다”하였는데,보자종장의 마음이 특히 묘해서 그 말씀이 종지
                를 잃지 않은 것이 존귀스럽다 하겠다.
                  이 송고에서 “광명이 솟는 곳에 새벽 달 이울어지고”라 한

                구절로 탈상하자 봄 만난 것을 비유하였으니, 주역  건괘구이
                (乾卦九二)에 이르되 “드러난 용이 밭에 있으니 대인을 보면 이
                로우니라”한 대목의 소(疏)에 이르되 “구이는 월건의 인(寅)과
                축(丑)사이에 해당된다”하였다.이때엔 땅 위의 싹이 처음 돋
                는 것이 있으니 이는 곧 양기가 발동한다는 이치로서 건괘의



            *구하(九夏):여름의 3개월 90일 간.주대(周代)에 조정에서 연주하던 아홉 가지
              주악.여기에서는 후자의 뜻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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