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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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개(乾盖:하늘)를 펼쳐 놓았으되 마음이 아니요,
-그래도 멧부리 위로 솟아 있지 않은가?
곤여(坤輿:땅)를 버티고 있으니 힘이 있다.
-정신을 허비하지 않는다.
천고(千古)의 깊은 못[淵源]속까지 꿰뚫었고
-강은 모두가 거기서 흘러나오지.
만상(萬象)의 거푸집이 되기도 한다.
-한 법에 의해 도장 쳐진 것이다.
찰진(刹塵)에서 도와 만나니 곳곳에 보현이요,
-거리를 가득 채웠고 골목을 막았구나.
누각 문이 열리자 물물마다 미륵이라.
-섬돌 맞듯 맷돌 맞듯 착착 맞아떨어진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보아도 형체가 없으나 천지에 가득 찼고 들어도 소리가 없
으나 원만한 음성 끊어짐이 없다.구름은 뿌리가 없으나 허공
이 조각구름에 의해 점 찍히고 바람은 색이 없으나 대지가 바
람바퀴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
유우단공(劉禹端公)이 운거(雲居)에게 묻되 “비[雨]는 어디서
오는가?”하니,운거가 대답하되 “단공이 묻는 곳에서 온다”하
니,공이 기뻐하며 사례하였다.운거가 도리어 묻되 “물음[問]
은 어디서 왔는가?”하였는데,공이 말이 없었다.
서선(西禪)이 관원(官員)들과 앉았다가 관원들에게 묻되 “바
람[風]은 어떤 빛깔인가”하니,관원이 대답이 없으매 서선이
다시 다른 승에게 물으니,승이 납의(衲衣)를 들어올리고서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