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5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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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下 65
하였으니,위산(潙山)이 이르기를 “법굴(法窟)안의 우두머리[爪
牙]라”한 것과 같아서 산채로 잡고 산채로 붙들기에 전혀 부
질없는 노력이 없다.
협산(夾山)의 회상에 있던 어떤 승이 석상(石霜)에게 가서 문
에 들어서자 문득 이르되 “안녕하십니까[不番]”하니,석상이
이르되 “그럴 필요가 없느니라,사리(闍梨)야”하였다.승이 다
시 이르되 “그러시다면 안녕히 주무십시오[珍重]”하였다.
그 승이 다시 암두에게 가서 전과 같이 하니 암두가 “허허”
하고 두 마디 소리를 냈다.승이 이르되 “그러시다면 안녕히
주무십시오”하고는 이내 돌아서려는데 암두가 불러 세우고 이
르되 “비록 후생(後生)이지만 제법 갈무리할 줄 아는구나!”하
였다.
승이 돌아와서 협산에게 이 일을 이야기해 바치니 협산이
이튿날 상당하여 그 승을 불러 앞의 일을 법답게 사뢰게 하고
는 협산이 다시 이르되 “대중이여,알겠는가?만일 이르는 이
가 없다면 노승이 두 줄기 눈썹을 아끼지 않고 말하리라”하
고,이어 이르기를 “석상은 살인도(殺人刀)는 있으나 아직 활인
검(活人劍)이 없고 암두는 살인검도 있고 활인검도 있다”하였
는데 임제 문하에서 일곱 가지 일이 몸을 따른다[七事隨身]한
것에서 연유한다.
암두는 서암이 지성으로 청해 묻는 것을 보았으나 예리한
기봉(機鋒)으로 감변(勘辨)할 계제는 아님을 알고 그를 가엾이
여겨 자비를 드리워 도안(道眼)으로 만나 주었는데 서암이 말
을 따라 깨닫고는 뒷날 스스로가 “주인공아!남의 속임에 빠지
지 마라”하였으니,대체로 독수(毒手)를 만났던 일을 영원히
잊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