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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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下 61


                르되 “관아[府中]에 퍼져 있습니다”하였다.서선이 다시 묻되
                “얼마나 되는 비단을 썼느냐?”하니,승이 대답하되 “알아볼 길
                이 없습니다”하매,서선이 말이 없었다.이에 운문이 대신하여
                이르되 “에잇,저 말문 막힌 중아!”하였다.
                  설두(雪竇)가 이 두 가지 일을 합쳐 송하되 “비는 어디서 왔
                으며/바람은 어떤 빛깔인가/용문(龍門)의 만 길 위에/일찍이

                묵었던 나그네가/들고나며 서로 이끌었거니/누가 이마 부딪
                는 변을 당하랴/바람은 어떤 빛깔이며/비는 어디서 왔는가/
                손가락 퉁길 새도 없이/누각의 문이 열렸거늘/허둥지둥 쩔쩔
                매다가/남방에서 돌아오지 못했네!”하였다.
                  천동은 “머무름 없는 근본”에 대하여 “백운은 뿌리가 없거니
                /맑은 바람에 무슨 빛깔이 있으랴”라고 송했고,“온갖 법이 세
                워졌다”에 대해서는 “하늘[乾盖]을 펼쳐 놓았으되 분별의 마음
                은 없고/땅[坤輿]을 버티고 있으니 힘이 있다”하였는데,선혜

                (善慧)대사의  심왕명(心王銘)에 이르되 “심왕(心王)의 공함을
                관찰하니/현묘하여 헤아리기 어렵다/형상도 없고 모양도 없
                으되/큰 힘[神力]이 있다”한 것에서 딴 것이다.관자(管子)가
                이르되 “물이 나와서 흐르지 않는 것을 못[淵]이라 하고,물이
                멀리 흘러나가는 곳을 근원[源]이라 한다”하였는데,상고(上古)
                이전을 천고의 못이라 하였으니,만상(萬象)이 여기서부터 나타
                난 것이다.

                   화엄경   보현행원품에는 부처님 말씀,보살 말씀,국토 말
                씀,중생 말씀,3세 일체의 말씀이 있고,또 “보안(普眼)이 보현
                을 보지 못한다”하였는데,보거나 못 보거나 모두 보현인 것
                이다.만일 보지 못하는 곳에는 보현이 없다면 보(普)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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