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0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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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록 이런 뜻이 있기는 하나 일찍이 세 구절을 세우지는 않
                았는데 나중에 정주(鼎州)덕산(德山)의 제9세 법손인 원명(圓
                明)대사 연밀(緣密)이 상당하여 이르되 “나[德山]에게 세 구절의
                말씀이 있으니 한 구절은 건과 곤이 함과 뚜껑같이 맞음[函盖
                乾坤]이요,한 구절은 파도를 따르고 물결을 좇음[隨波逐浪]이
                요,한 구절은 뭇 흐름을 끊어 멈춤[截斷衆流]이다.”

                  나중에 정주 보안산(普安山)도(道)선사가 위의 세 구절을 송
                했다.첫째 “건과 곤이 함과 뚜껑같이 맞는다”한 구절에서는
                “건곤과 그리고 만상이여/지옥과 내지는 천당이라/물건마다
                가 모두 진실한 견(見)이요/일거리마다 작용이 손상됨이 없다”
                하였고,둘째 “뭇 흐름을 끊어 멈춘다”는 구절에서는 “산이 쌓
                이고 산줄기가 쌓였더라도/낱낱이 모두가 가느다란 먼지뿐이
                라/다시 현묘함을 토론코자 한다면/얼음 녹듯 날기와 풀리듯
                하리라”하였고,셋째 “파도를 따르고 물결을 좇는다”한 구절

                에서는 “변재스러운 입과 날카로운 혀로 물으니/높고 낮게 응
                대함에 모자람이 없도다/마치 병에 맞추어 약을 주고/진단[診
                候]은 때에 따라 내리는 것과 같다/세 구절 밖에 해당되는 사
                람은/설사 들어 제창한다 하여도/세 구절의 소식을 어찌 꾸리
                리오?/어떤 이가 ‘무슨 일인가?’하고 물으면 남악과 천태라
                하리라”하였는데,간혹 어떤 사람들은 이 게송을 운문이 지은
                것이라 하나 이는 모두가 자세히 열람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

                다.
                  도(道)선사는 덕산 연밀(德山緣密)을 이었고 연밀은 운문을
                이었다.운문에게 비록 “천중에서 건과 곤이 함과 뚜껑같이 맞
                는다”는 게송과 “한 활촉이 세 관문을 뚫었다”는 말이 있으나
                밀공을 통해 드러났고 도공(道公)이 송했으니 3대를 이어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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