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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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下 69
수산이 대답하되 “달이 저물면서 삼경(三更)의 저자[市]를 가로
질러 지났느니라”하였다.
-세 구절을 가려낼 줄 알면 한 화살이 하늘을 뚫으리.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세 구절[三句]의 시초는 백장 대지(百丈大智)선사가 금강반
야 에 근거해서 제창함으로써 비롯되었다.백장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대체로 교가의 말씀은 모두가 세 구절로 이어졌으니 처음과
중간과 나중의 선함이다.
처음의 선함[初善]이란 그들로 하여금 선한 마음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요,중간의 선함이 그 선함을 깨뜨리는 것이요,나중
의 선함이 비로소 좋은 선함이라 할 것이니 ‘보살은 곧 보살이
아니므로 이름하여 보살이라 한다’한 것과,‘법과 법 아님과
법 아님도 아닌 것’이 모두 그런 것들이다.만일 다만 한 구절
만을 말하면 중생들을 쏜살같이 지옥에 빠뜨릴 것이요,만일
세 구절을 동시에 말한다면 자신이 지옥에 들리라.”
교주의 일에 관계없이,‘지금 분별하는 지각[鑑覺]이 곧 자기
의 부처라’하면 이는 처음의 선함이요,‘지금의 분별하는 지각
에 머물러 지키지 않는다’하면 중간의 선함이요,‘머물러 지키
지 않는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하면 나중의 선함이다.
운문이 언젠가 이르되 “천중(天中)에서 건(乾)과 곤(坤)이 함
(函)과 뚜껑[盖]같이 맞고 눈대중[目機]으로 수(銖)와 양(兩)까지
도 가린다.봄날의 인연에 관계치 않는 것이 있으니 어떻게 이
해하는가?”하고는,스스로 대신 말하되 “한 화살이 세 관문을
꿰뚫었도다”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