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1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P. 71
종용록 下 71
서 세 구절이 비로소 밝혀진 것이다.
이는 대양(大陽)의 세 구절[三句],세 현묘함[三玄],세 요긴함
[三要]과 대체로 같고 조금만 다르다.
수산이 대중에게 보이되 “제일구에서 깨달으면 불조의 스승
이 된다”하였는데,황벽(黃蘗)이 남전(南泉)회하에서 수좌(首
座)의 소임을 보던 어느 날 무심결에 남전의 자리를 점거하고
있노라니 남전이 와서 묻되 “수좌는 몇 해나 도를 닦았는가?”
하였다.황벽이 대답하되 “위음왕불(威音王佛)이전부터입니다”
하니,남전이 이르되 “그렇지만 아직은 왕노사(王老師)의 자손
이다.물러가거라”하매,황벽이 물러나서 본래 자리에 앉았다.
경청(鏡淸)이 이르되 “비로자나에게 스승이 있고 법신에게 주
인이 있으니 그를 일러 불조보다 위쪽 사람[向上人]이라 한다”
하였으니,이 까닭에 제일구에서 깨달으면 불조에게 스승이 되
어 줄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영수 여민(靈樹如敏)선사가 봉해진 합(盒)으로 유촉하되 “당
(堂)안의 수좌가 곧 인간과 하늘의 안목이니라”하였는데,이
때의 수좌는 운문이었다.이것이 제이구에서 깨달으면 인천의
스승이 될 만한 까닭이다.그대들은 만송의 이런 말을 듣고 문
득 “남전은 불조의 스승이 될 만한데 운문은 겨우 인천의 스승
이 될 만하다고 하더라”하지 말지니,이른바 어리석은 사람
앞에서는 꿈을 이야기할 수 없다는 꼴이기 때문이다.만송이
이렇게 한두 가지의 예를 간략히 들어서 본보기로 삼았거니와
스스로도 구하지 못하는 자는 조사의 지위에 들지 못하니 어찌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승이 다시 묻되 “화상께서는 몇째 구절에서 깨달으셨습니
까?”하였으니,‘진흙 속에 가시가 있다’는 격이요,수산이 대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