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1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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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101
는 아니다.이에 이르러 사람들이 흔히 잘못 이해하고,할 일
없는 경계에 있으면서 부처님께도 예배하지 않고,향도 사르지
않으니,이는 비슷하기는 비슷하지만 완벽하게 틀리는 걸 어찌
하랴.질문해 오는 걸 보면 지극한 경지인 듯하지만 한 번 내질
러 버리면 여러 갈래로 산산조각이 난다.텅 빈 뱃속에 뽐내는
마음으로 섣달 그믐(죽음)에 이르러서는 손을 번갈아 가며 가슴
을 치지만 때는 늦었다.
그 스님이 이처럼 묻고,조주스님은 이처럼 답하였다.말해
보라,어떻게 해야 알 수 있을까?이렇게도 안 되고 저렇게도
안 되니 결국 어떻게 할까?이것들이 난처한 점이다.그 때문에
설두스님은 이를 들어 정면으로 내보여줬던 것이다.
하루는 조주스님이 앉아 있는데 시자가 “대왕이 온다”고 아
뢰자,조주스님은 깜짝 놀라 두리번거리면서 “대왕마마!만수무
강하소서”하였다.시자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화상이
시여”라고 하니,“왔다고 또 말하는가”라고 말하였다.이렇게까
지 참구하고 이렇게 알아차리면 참으로 기특하다.
혜남선사(慧南禪師)가 염(拈)하였다.“시자는 손님이 왔다고
아뢸 줄만 알았지,자신이 제왕의 경지에 있다는 것을 몰랐으
며,조주스님은 (번뇌의)풀 속에 들어가 사람을 찾느라고 온몸
이 진흙투성이가 된 줄을 몰랐다.”
이 진실한 곳을 여러분들은 아는가?설두스님의 송을 살펴보
아라.
송
어구 속에 기연(機緣)을 드러내어 그대로 치고 들어오니
-메아리친다.물고기가 헤엄치면 흙탕물이 일어난다.조주스님을 비방
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