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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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서문․남문․북문이다.”
-열렸구나.욕하려거든 해라.새주둥이라도 빌려주마.침 뱉으려면 뱉
어라.침이 모자라면 물까지 퍼다 줄게.있는 그대로 드러난 공안이
로다.알겠는가?(원오스님은)후려쳤다.
평창
무릇 참선하며 도를 묻는 것은 자기를 밝히려는 것이니,절
대로 언구를 간택해서는 안 된다.무엇 때문인가?듣지 못하였
는가?조주스님이 말하기를,“지극한 도는 어려울 것이 없으니
오직 간택함을 꺼릴 뿐”이라 했다.또한 듣지 못했는가!운문스
님이 말하기를,“요즈음 선객들이 네댓 명이 머리를 맞대고 입
을 떠벌리면서 ‘이것은 재능이 뛰어난 자가 한 말이며 저것은
몸에서 우러나온 말이다’고들 한다”하였다.이는 옛사람이 방
편문에서,처음 배우는 후학들이 마음을 밝히지 못하고 본성을
알아차리지 못했으므로 부득이 방편으로 언구를 사용하게 되었
음을 모른 것이라 하겠다.
조사가 서쪽에서 오셔서,심인(心印)을 딱 전하여 사람의 마
음을 곧바로 가리켜 성품을 보아 부처를 이루게 하셨는데,어느
곳에 이 같은 언어문자가 있었겠는가?모름지기 언어를 끊어
버리고 격식의 바깥[格外]에서 참다운 이치[眞諦]를 알아차려
투철하게 벗어날 수 있어야만이 용이 물을 얻고 범이 산을 의
지한 것과 같다고 말할 것이다.
오래 참구한 선덕(先德)이 이해는 했지만 꿰뚫지 못했거나,
꿰뚫었어도 분명하지 못하므로 법을 묻는[請益]것이다.만약
투철하게 이해하고 나서 법을 묻는다면 요컨대 언어문자 위에
서 뒹굴더라도 막힘이 없어야 한다.오랫동안 참구한 이가 법을
묻는 것은 도적에게 사다리를 놓아주는 격이다.따지고 보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