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2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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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삭가라(爍迦羅)의 눈엔 가는 티끌도 없구나.
                -모래와 흙을 뿌렸구나.조주에게 누를 끼치지 마라.하늘을 휘젓고
                 땅을 더듬어 무엇을 찾느냐?

               동․서․남․북 문이 마주 보고 있는데
                -열렸다.뭐 그리 문이 많겠는가?조주성을 등지고 어느 곳으로 가는
                 가?
               마구 철퇴를 휘둘러 쳐부숴도 열리지 않네.
                -그대는 철퇴를 휘두를 줄 모른다.열렸다.


               평창
                   조주스님이 상황에 알맞게 대처함이 마치 금강왕 보검 같아
                 서 머뭇거리면 당장에 그대의 머리를 잘라 버리기도 한다.언제

                 나 대뜸 그 자리에서 그의 눈알을 바꿔 버리기도 한다.이 스님
                 이 감히 호랑이 수염을 만지며 물음을 던지니,이는 마치 괜스
                 레 없는 일을 만들어 낸 것과 같다.허나 구절 속에 문제의 핵
                 심이 있는 것을 어찌하랴.그가 이미 문제의 핵심을 드러냈으므
                 로 조주스님도 그의 물음을 저버리지 않았다.그러므로 솜씨를
                 드러내어 답한 것이지,그가 괜히 일부러 이처럼 한 것은 아니
                 다.확철히 깨친 사람이었으므로 자연히 딱 맞추니,마치 (일부

                 러)안배한 것처럼 보인 것이다.
                   듣지 못했느냐?어느 외도(外道)가 손아귀에 참새를 감추고서
                 세존께 “말씀해 보십시오.제 손에 있는 참새는 죽었겠습니까?
                 살았겠습니까?”라고 물으니,세존께서 드디어 문지방에 올라서
                 서 말씀하셨다.“그대는 말해 보라,내가 나가겠느냐,들어오겠
                 느냐?”(어떤 책에는 세존께서 주먹을 불끈 쥐어 들고서 손을
                 펴겠느냐 쥐겠느냐고 하였다고 씌어 있다.)외도는 말을 못 하
                 고 예배를 하였다.이 이야기는 곧 이 공안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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