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6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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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눈을 갖춘 사람이라도 여기에 이르러서는 모름지기 신중히
하여야만 한다.말해 보라.취암스님이 돈 잃고 죄지었는가,아
니면 설두스님이 돈 잃고 죄지었는가,운문스님이 돈 잃고 죄지
었는가?그대가 이를 꿰뚫어 알아차리면 그대가 안목을 갖추었
다고 인정하리라.
“정신 흐린 보복스님을 칭찬해야 할지 꾸짖어야 할지 어렵
다”하니,자기를 깎아 내리고서 옛사람을 대접했다.말해 보라,
보복스님의 어느 곳을 깎아 내리고 어느 곳을 대접했는가?
“수다쟁이 취암이여,분명 도적이다”하였는데,말해 보라,
그가 무엇을 훔쳤는가?설두스님이 도적이라고 했지만 그의 말
귀나 따라가서는 절대 안 된다.여기에 이르러 모름지기 스스로
갖추어야만 한다.
“흰 구슬에 티가 없다”는 말은 취암스님이 너무도 흰 구슬과
닮아서 자그마한 하자도 없다는 것을 송한 것이다.누구라서 참
인지 거짓인지를 알랴?아는 사람이 드물다.설두스님은 큰 재
주가 있었기에 머리에서 꼬리까지 하나로 꿰뚫을 수 있었다.뒤
에 다시 “장경스님이 알았으니 눈썹이 솟아났다”하니,말해 보
라,눈썹이 솟아난 곳이 어디인가?어서 살펴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