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6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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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돌리면,목주는 “외골수야!”라 하였다.또한 대중 법문에서
“아직 깨달음을 얻지 못했으면 모름지기 깨달음을 얻어야 하며,
깨달음을 얻었으면 노승을 저버리지 마라”하였다.목주스님은
사람을 가르칠 적에 흔히 이처럼 하였다.
( 본칙에서 말한)이 스님도 잘 다듬어지기는 했으나 용머리
에 뱀 꼬리가 된 것을 어찌하랴.그 당시 목주스님이 아니었더
라면 그에게 한바탕 현혹당하였을 것이다.그가 “요즈음 어느
곳을 떠나 왔느냐?”고 묻자 스님은 갑자기 소리질렀다.말해 보
라,그 뜻이 무엇인가?목주스님도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노
승이 그대에게 일갈(一喝)을 당하였다”고 하였다.이는 마치 그
의 말을 알고서도 한쪽에 밀어 두는 것 같기도 하고,또는 그를
시험한 듯도 하다.
몸을 비스듬히 하고서 그가 어떻게 하는가를 살폈더니만,이
스님이 또다시 소리지르니 비슷하기는 비슷하나 옳지 않다.그
늙은이(목주스님)에게 오히려 콧구멍을 뚫렸다.마침내 묻기를
“서너 차례 소리지른 뒤에는 어찌하려느냐?”고 하니,그 스님은
예상했던 대로 아무런 말이 없었다.목주스님은 문득 그를 치면
서 “이 사기꾼!”이라 하였다.
사람을 시험하는 분명한 곳에서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곧 사
람을 알아볼 수 있다.참으로 애석하도다.그 스님은 아무런 말
도 못 하고 목주스님에게 ‘사기꾼’이라는 말을 하도록 만들었
다.여러분이라면 “서너 차례 소리지른 뒤엔 어찌하겠느냐?”는
목주스님의 물음을 받았을 때,어떻게 대답하여 ‘사기꾼’이라는
그의 꾸지람을 면하겠는가?만일 존망과 길흉을 알고 참다운
경지[實地]를 밟는 사람이라면 “서너 차례 소리지른 뒤엔 어찌
하겠느냐”는 말에 누가 말려들겠는가?다만 그 스님이 아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