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7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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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107
말이 없었기에 그 늙은이가 그의 자백에 의하여 판결한 것이다.
설두스님의 송을 들어보아라.
송
두 번째 질러댄 소리와 세 번째 질러댄 소리여.
-우레 소리는 큰데도 빗방울은 전혀 없다.자고 이래로 이 같은 사람
이 드물다.
작가 선객인지라 기연에 맞출 줄 알았다.
-작가가 아니라면 어떻게 (상대를)시험할 수 있으랴.다만 이렇지 못
할까 염려스럽다.
범 대가리에 올라탔다고 여긴다면
-와-아!눈먼 장님아,범 대가리에 어떻게 올라탄단 말이냐?몇 사람
이나 이럴 수 있을까?그러나 그런 사람도 있다.
둘 다 눈먼 장님이 되리라.
-자신의 말은 자신의 입에서 나온다.어찌 둘만 되겠는가?냉큼 꺼져라.
누가 눈먼 장님인가?
-누구더러 분별하게 할까?다행히도 마지막 한마디가 있구나.하마터
면 사람을 속일 뻔했다.
온 세상에 들추어내어 사람들에게 보여주리라.
-보기는 하겠지만 마주치면 눈이 먼다.그대들이 눈여겨보려 한다면
(그것은)두 손으로 허공을 움켜쥐는 꼴이다.이처럼 거량하였으니,
말해 보라,이게 몇 번째 기연인가?
평창
설두스님에게는 참으로 학인을 제접한 곳이 있다.작가 선지
식이 아니었다면 제멋대로 소리를 질러댔을 것이다.그러므로
옛사람(임제스님)은 “어떤 때의 일할(一喝)은 일할로 쓰지 않기
도 하고,어떤 때의 일할은 일할로 쓰기도 하며,어떤 때의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