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8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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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은 땅에 웅크리고 앉은 사자 같기도 하고,어떤 때의 일할은
                 금강왕 보검과 같기도 하다”고 하였다.
                   흥화(興化:830~888)스님은 “내가 그대들을 보니 동쪽 행랑
                 에서 소리지르고 서쪽 행랑에서도 소리지르는데,제멋대로 소
                 리를 질러대지 마라.설사 소리쳐서 나를 삼십삼천(三十三天)에
                 올려놨다가 다시 처박아 가느다란 호흡마저 끊어지도록 하더라

                 도 내가 다시 깨어 일어나 그대에게 말하리라,‘아직 멀었다’라
                 고.무엇 때문인가?나는 일찍이 붉은 비단장막 안에서 그대들
                 을 위해 진주를 뿌려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그저 제멋대로 소
                 리친다면 무엇 하겠는가?”하였다.
                   임제(臨濟)스님은 이르기를 “나는 그대들 모두가 나의 소리
                 지르는 것을 배운다고 들었다.내 그대들에게 묻노니,동당(東
                 堂)에서 어느 스님이 나오고,서당(西堂)에서 어느 스님이 나와
                 두 사람이 서로 소리를 지른다면 누가 손님[賓]이며,누가 주인

                 [主]이겠느냐?그대들이 빈(賓)․주(主)를 분별하지 못한다면 앞
                 으로는 나를 흉내내지 마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설두스님은 “작가 선객인지라,기연에 알맞게 맞출
                 줄 알았네”라고 송하였다.그 스님이 목주스님에게 당하긴 했으
                 나,그도 상대의 기연에 맞출 줄 알았다.말해 보라,무엇이 그
                 스님이 기연에 맞춘 것인가?
                   녹문(鹿門)의 지선사(智禪師)가 이 스님을 점검하여 이르기를

                 “법을 아는 자만이 법이 무서운 줄 안다”라고 하였으며,암두
                 (巖頭)스님은 “말로 따지면 모두가 달라진다”하였으며,황룡
                 심(黃龍心)화상은 “궁하면 변하고,변하면 통한다”고 하였다.이
                 것은 조사가 온 세상 사람들의 혀를 꼼짝 못 하게 해버린 것이
                 다.그대가 기연에 맞출 줄 안다면 거량하기만 하면 바로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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