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9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P. 109
벽암록 上 109
을 알 것이다.
어떤 사람은 말하길 “그가 말한 ‘서너 차례 소리지른 뒤
에……’라는 말에 말려들어서 무엇 하겠는가?오로지 계속 소
리지르면 된다.무슨 삼십 번이나 이십 번 소리를 지르랴.소리
질러서 미륵불이 하생(下生)할 때까지 계속한다 해도,이는 범
의 머리에 탄 것이다”고 말을 한다.만일 이렇게 이해했다면 목
주스님의 뜻을 모르는 것은 그렇다 치고,이 스님을 알아차리는
것과도 너무 동떨어진다.사람이 범의 머리에 타려면 반드시 손
아귀에 칼(태아의 보검)이 있고 겸하여 기연에 맞출 줄 알아야
만 한다.
설두스님은 “이와 같으면 두 사람 모두 눈먼 장님이 된다”
하니,설두스님은 마치 하늘까지 닿는 긴 칼이 늠름하게 위엄을
갖추고 있는 것과 같다.만일 설두스님의 뜻을 안다면 자연히
일천 곳 일만 곳을 일시에 알게 되어,뒤에 읊은 설두스님의 송
이란 주각(注脚)을 붙인 것일 뿐임을 알게 될 것이다.
또 “누가 눈먼 장님인가?”라고 하였으니,말해 보라.이는 손
님[賓]이 눈이 먼 것이냐?주인[主]이 눈이 먼 것이냐?아니면
손님과 주인이 모두 눈이 먼 것이냐?“온 세상에 들추어내어
모든 사람에게 보여주리라”하니,이는 살아 있는 솜씨이다.설
두스님이 일시에 송을 다 해버렸는데 무엇 때문에 갑자기 “들
추어내어 천하 사람들에게 보이리라”고 말하였을까?
말해 보라,무엇을 보았는지?눈을 떠도 집착이요,감아도 집
착이다.그렇다면 이를 면할 사람이 있을까?
불과원오선사벽암록 권제1*
8)
*신수대장경본에는 권제1끝에 “夾山無礙禪師降魔表”가 있으나,삼성본(三省本)에
는 이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