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1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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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111
서)하늘과 땅을 뒤흔든다.
언제 깨달았는가?”
-깨달아서 무엇 하려고?참으로 대중들을 놀라게 한다.
“큰 당(唐)나라에 선사가 없음을 아느냐?”
-노승은 모르노라.한입에 다 삼켜 버렸다.역시 운거사의 나한상처럼
자만하는 놈이로군.
그때 어떤 스님이 앞으로 나와 말하였다.
“여러 총림에서 대중을 지도하고 거느린 것들은 무엇입니까?”
-한 방 잘 내질렀다.기연에 알맞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황벽스님이 말하였다.
“선(禪)이 없다고 말하지 않았다.선사(禪師)가 없다고 말했을
뿐이다.”
-대답 못 했네.기왓장 무너지듯 얼음 녹듯 형편없이 당하고 말았네.
용의 머리에 뱀 꼬리가 돼 버린 놈이다.
평창
황벽(?~850)스님은 7척의 키에다 이마에는 둥근 구슬이 있
었으며,천성적으로 선(禪)을 잘도 이해했었다.황벽스님이 지난
날 천태산(天台山)에 유람하다가 길에서 한 스님을 만나 그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마치 오래 전부터 서로 익히 알았던
사이처럼 친숙해졌다.그를 자세히 살펴보니,눈에는 사람을 쏘
아보는 광채가 있고 매우 남다른 용모가 있었다.그와 함께 길
을 가다가 시냇물이 불어나게 되어 지팡이를 세워 놓고 삿갓을
벗고서 멈추게 되었다.그 스님이 황벽스님을 이끌고 함께 물을
건너려 하자 스님이 그에게 “건너가라”고 하니,그는 곧 옷을
걷어올리고 물을 밟고 건너는데 마치 평지를 밟는 듯하였다.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