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2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P. 112
112
가 뒤돌아보면서 “어서 건너오시오,건너오시오”하고 말하니,
스님이 꾸짖으면서 말하였다.“이 너만을 아는 놈[自了漢:남을
인도하려는 願이 없는 자]아!내 일찍이 괴이한 짓을 하는 놈인
줄 알았더라면 네 놈의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려 놓았을 것을
…….”이에 그 스님은 탄식하며 말하였다.“참으로 대승다운
법기(法器)이시다.” 그는 말을 마치고서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처음 백장(百丈)에 이르렀더니,백장스님이 물었다.
“우람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어느 곳에서 왔는가?”
“ 우람하고 당당하게 재너머에서 왔습니다.”
“ 무슨 일로 왔는가?”
“ 일이 있어서 온 것은 아닙니다.”
백장스님은 그를 큰그릇으로 여겼는데,그 이튿날 하직을 고
하자,백장스님이 말하였다.
“어디로 가려는가?”
“ 강서(江西)땅 마조스님을 찾아뵈려고 합니다.”
“ 마조스님은 이미 돌아가셨네.”
그대는 말해 보라,황벽이 이처럼 물은 것은 알고서 물은 것
인지,모르고서 물은 것인지.
황벽스님이 문득 말하였다.
“제가 일부러 가서 찾아뵈려 했더니만 복이 없고 인연이 적
어 미처 한 번 뵙지를 못했군요.평소에 어떠한 말씀이 계셨습
니까?바라옵건대 말씀해 주십시오.”
백장스님이 드디어 두 차례 마조(馬祖)스님을 참례했던 인연
을 들어 말해 주었다.
“마조스님께서 내가 오신 것을 보시고 (인사를 받으려고)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