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4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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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앞으로 끊어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백장스님은 “그대가 바로 그런 사람이라고 말하려 했었는
                 데……”하고는,드디어 일어나서 방장실로 들어가 버렸다.
                   황벽스님은 상공 배휴(797~870)거사와 방외(方外)의 벗이었
                 다.배휴거사가 완릉(宛陵)지방을 다스리면서 스님을 군(郡)에

                 초청하여 자기가 이해한 것을 책으로 엮어 스님에게 내보이자,
                 스님은 이를 받아 좌석 옆에 두고는 조금도 펴보지를 않았다.
                 한참 말없이 있더니만 배휴거사에게 물었다.
                   “알았느냐?”
                   “ 모르겠습니다.”
                   “ 만약 이처럼 알 수 있다면 그래도 조금은 다 낫다 하겠지
                 만,만약 종이나 먹으로 표시한다면 어찌 나의 종지라 하겠는
                 가?”

                   배휴거사가 이에 송을 지어 찬탄하였다.

                     마조스님에게 심인(心印)을 전수받으시니
                     이마엔 둥근 구슬 키는 칠 척
                     십여 년 간 촉수(蜀水)에만 계시다가

                     작은 배로 이제 장수(漳水:지금의 강서성)를 건너시네.

                     팔천의 용상(龍象)대덕들이 높은 행실 뒤따라
                     만 리에 향기로운 꽃 좋은 인연 맺었어라.

                     스승으로 섬기며 제자 되오려 하오는데
                     장차 불법을 누구에게 부촉하실는지…….

                   스님은 여전히 아무런 기뻐하는 빛이 없이 게송으로 답하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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