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5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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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115
다.
마음은 큰 바다처럼 가없으니
입으로 붉은 연꽃 토하여 병든 몸을 고치네.
원래부터 할 일 없는 손 가지고
일찍이 읍한 적이 없는 한가로운 사람이구려.
황벽스님이 주지 된 이후 기봉(機鋒)이 매우 높았다.임제(臨
濟)스님이 황벽스님의 회하에 있을 때 목주(睦州)스님이 수좌로
있었는데,목주스님이 임제스님에게 물었다.“오랫동안 여기에
있었으면서도 왜 법을 물으러 가지 않는가?”
“ 제가 무슨 말을 물었으면 되었겠습니까?”
“ 왜 가서 ‘어떤 것이 불법의 뚜렷한 대의(大意)입니까?’하고
묻지 않는가?”
임제스님은 바로 가서 이를 물었으나,세 차례나 두들겨 맞
기만 하고 나왔다.임제스님은 수좌를 하직하면서 말하였다.
“수좌께서 시키신 대로 세 번씩이나 가서 질문하였다가 두들
겨 맞고 쫓겨나니,아마 여기에 인연이 없지 않나 생각됩니다.
잠시 하산할까 합니다.”
“ 그대가 가려면 꼭 스님께 인사를 드리고 떠나는 게 좋겠
네.”
그리고 수좌는 미리 가서 황벽스님에게 말하였다.
“질문했던 상좌는 매우 얻기 어려운 인물입니다.스님께서는
어찌하여 땅을 파서 한 그루의 나무를 길러 후인들에게 시원한
그늘이 되게 하질 않으십니까?”
“ 나도 알고 있다.”
임제스님이 찾아와 하직을 하자,황벽스님은 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