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6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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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다른 곳으로 가서는 안 된다.곧바로 고안(高安)여
울가의 대우(大愚)스님을 뵙도록 하여라.”
임제스님이 대우스님에게 이르러 드디어 전에 있었던 이야기
를 들어 말하면서 “저의 허물이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겠습니
다”라고 하자,대우스님은 “황벽스님이 그처럼 노파심이 간절하
여 그대를 위하여 사무치게 수고를 했는데도 다시 무슨 허물이
있고 없는 것을 말하느냐?”하고 말하였다.
임제스님은 홀연히 크게 깨치고 말하였다.
“황벽스님의 불법이란 참으로 핵심을 찌르는[無多子]것이구
나.”
대우스님은 멱살을 움켜쥐고 말하였다.
“네가 아까는 허물이 있다 없다 말하더니만 이제는 도리어
불법이 단적이다라고…….”
임제스님이 대우스님의 갈비 아래를 주먹으로 세 번 치자,
대우스님이 말리면서 말하였다.
“네 스승은 황벽스님이니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하루는 황벽스님이 대중에게 설법하였다.
“우두 법융(牛頭法融)스님이 자유자재하게 이리저리 말하지
만 아직도 향상(向上)의 핵심을 모르고 있다.”
당시에 석두(石頭)․마조(馬祖)스님의 제자들이 너저분하게
선을 말하고 도를 말하였는데,그는 무엇 때문에 이처럼 말하였
을까?그러므로 대중 법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너희들
은 모두가 술찌꺼기나 먹고 만족하는 놈들이다.이처럼 행각하
였다가는 사람들에게 비웃음이나 당할 것이다.다만 팔백 명 또
는 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만을 보고서 (그곳에 유명한
선사가 있는 줄 알고)모여 있으니,시끌법석대는 곳을 도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