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7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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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117


                 서는 안 된다.만일 모두가 그대들처럼 이렇게 쉽게 생각한다면
                 어느 세월에 깨칠 날이 있겠는가?”
                   당나라 시대에는 사람을 꾸짖을 때 ‘술지게미나 먹고 만족하
                 는 놈’이라는 말을 즐겨 썼다.사람들은 흔히들 황벽스님이 사
                 람을 꾸짖었다고 말하지만 안목을 갖춘 자는 그 핵심을 스스로
                 볼 것이다.분명한 의도는 낚시를 드리워 대중들의 질문을 낚으

                 려는 것이다.대중 가운데에 목숨을 돌보지 않는 선객이 있어,
                 이처럼 대중 가운데서 나와 그에게 질문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여러 총림에서 대중을 지도하고 있는데 무슨 말씀이십니까?”
                 했다.그것 참 한 차례 잘 내질렀다.이 늙은이는 생각했던 대
                 로 대답하지 못하고 도리어 속셈을 드러내며 “선이 없다고 말
                 하는 것이 아니라 선사가 없다고 했다”고 하였다.말해 보라,
                 그 뜻이 어디에 있는가?그의 위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종지는
                 때로는 사로잡고 때로는 놓아주며,때로는 죽이고 때로는 살리

                 며,때로는 놓고 때로는 거두기도 한다.감히 여러분에게 묻노
                 니,무엇이 선(禪)에서 스승인가?산승이 이처럼 말한 것도 이미
                 머리까지 흠뻑 빠진 것이다.여러분의 콧구멍은 어디에 있는가?
                   한참 동안 잠잠히 있다가 (원오스님은)말하였다.“코뚜레를
                 뚫려 버렸느니라.”


               송

               늠름한 높은 기상 자랑 마오.
                -그래도 (본래의 면목이)있는 줄을 모르는구나.운거사의 나한상처럼
                 자만하는 놈이로구나.

               단엄하게 세상에 거처하며 용과 뱀을 구분지었네.
                -그렇고말고.물들었는지 순수한지를 구별해야 하고 흑백을 분명히 해
                 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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