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9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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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119
무소를 사로잡는 솜씨라 한다.설두스님은 또다시 “용과 뱀을
구분함이여,눈이 어찌 바르랴.호랑이와 무소를 사로잡음이여,
기연이 어찌 완벽하리오”라고 하였다.
또한 “대중천자가 일찍이 가볍게 건드렸다가 발톱과 어금니
에 세 차례나 할퀴었다”고 하였다.황벽스님이 어찌 지금만이
행동거지가 거칠었으리오?예로부터 이와 같았다.
대중천자에 대해서는 속함통전(續咸通傳)에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당 헌종(憲宗)에게 두 아들이 있었는데,하나는 목종
(穆宗),하나는 선종(宣宗)으로 선종이 바로 대중천자이다.열세
살 어린 나이로 민첩하고 영악하여 항상 가부좌하기를 좋아하
였다.목종이 재위할 때 일찍 조회를 파하자 대중천자가 장난삼
아 용상(龍床)에 올라가 여러 신하들에게 읍하는 시늉을 하였
다.대신들은 그를 보고 미쳤다고 하여 이를 목종에게 아뢰었
다.목종이 그를 어루만지며 찬탄하여 이르기를 “나의 아우는
우리 종친 가운데 영걸스러운 사람이다”라 했다.목종은 장경
(長慶)4년(823)에 붕어하셨으니 슬하에 아들이 셋 있었는데,경
종(敬宗)․문종(文宗)․무종(武宗)이다.경종은 부친의 제위를 계
승한 지 2년 만에 내신(內臣)의 역모에 의하여 제위를 빼앗겼
고,문종이 제위를 계승한 지 14년 후에 무종이 즉위하였는데
항상 대중천자를 멍청이라고 불렀다.그러던 어느 날 무종은 지
난날 대중이 장난삼아 부친의 자리에 올라간 데 대하여 원한을
품고서,드디어 그를 때려 후원(後苑)에 내다 버리고 불결한 똥
오줌을 끼얹었는데,다시 살아났다.마침내 남모르게 도망하여
향엄지한(香嚴志閑)화상의 회하에 있다가 그 뒤에 머리를 깎고
사미(沙彌)가 되었는데 아직 구족계는 받지 않았었다.그 뒤 지
한(志閑)스님과 함께 사방으로 행각을 하다가 여산에 이르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