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1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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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191
지).진흙 속에서 흙덩이를 씻는구나(아무 소용없는 짓 하네).천하
사람이 모두 다 안다.
썩은 물속에서 어떻게 고풍(古風)을 떨칠 수 있으랴!
-갑자기 살아난다면 어찌할 수 없다.천하 사람에게 누를 끼쳐서 머리
를 들 수 없다.
선판과 포단을 활용하지 못하니
-누구더러 말하라 하느냐?그대는 선판과 포단으로 무엇 하려고 하는
가?설두스님에게 넘겨주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응당 노공(盧公:설두스님)에게나 넘겨주오.
-넘겨주질 못했다.먹통아!이런 견해는 짓지 마라.
평창
설두스님이 (용아스님이 지은)죄상에 의거하여 판결하였다.
그가 이처럼 송을 했지만 말해 보라,그 뜻이 어디에 있는가를.
어느 것이 눈이 없는 것이며,어느 것이 썩은 물일까?여기에
이르러선 모름지기 상황에 딱 맞게 대처할 줄 알아야 할 것이
다 그러므로 “맑은 못에는 창룡(蒼龍)이 살지 않는다”고 하였다.
죽은 물속에 어떻게 사나운 용이 있겠는가?“죽은 물속엔 용이
살지 않는다”는 말을 듣지 못하였는가?살아 있는 용이라면 모
름지기 큰 파도가 아득하고 흰 물결이 하늘까지 넘실거리는 곳
을 찾아갈 것이다.이는 용아스님이 썩은 물속으로 들어가 남에
게 얻어맞은 것을 말한 것이다.그러나 그는 “치는 것이야 마음
대로 치십시오만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은 없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설두스님으로 하여금 “썩은 물속에서 어떻게 고풍을
떨치겠느냐?”는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비록 이와 같기는 하지
만,말해 보라,설두스님이 그를 추켜세운 것인가?아니면 그의
체통을 깎아 내린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