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6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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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신의 굴속에서 살림살이하지 마라.또 그 짓거리냐?
               “연잎마저 나왔군!”
                -유주(幽州:북쪽 지방)는 그래도 괜찮은데 가장 괴로운 것은 강남이
                 다.이러쿵저러쿵 (갈피를 못 잡네).온 천하 사람을 웃기는군.

               평창
                   만일 지문스님이 기연에 따라 사람을 제접하느라고 그랬다면
                 그래도 조금은 괜찮지만,뭇 지견을 끊어 버린 경지와는 천리
                 만리 동떨어진 일이다.말해 보라,이 연꽃이 물에서 나왔을 때
                 와 나오지 않았을 때가 같은가 다른가를.만일 이렇게 알아차린

                 다면 그대에게 깨달은 곳이 있다 하겠다.그러나 이를 같다고
                 말한다면 불성(佛性)을 애매하게 하고 진여(眞如)를 모호하게 만
                 드는 것이며,이를 다르다고 말한다면 마음과 경계[心境]를 잊
                 지 못하는 것이다.알음알이로 치달리는 길 위에 떨어진다면 언
                 제 쉴[休歇]기약이 있겠는가?말해 보라,옛사람의 뜻은 어떠
                 했는가를.
                   그들은 실로 이러쿵저러쿵하는 일들이 없었다.그래서 투자

                 (投子)스님은 “그대들은 이름[名],말[言],법수[數],글귀[句]에
                 집착하지 마라.모든 일을 깨친다면 자연히 집착하지 않게 되어
                 곧 수행상의 잡다한 단계와 순서가 없어진다.그대가 모든 법을
                 주무를지언정 모든 법이 그대를 간섭하지 못할 것이다.본래 얻
                 고 잃음과 꿈과 허깨비 같은 많은 명목(名目)들이 없어,그 명
                 자(名字)를 억지로 세울 수 없는데,많은 사람을 속일 수 있겠
                 는가?그대들이 묻기에 말이 생기는 것이니 그대들이 묻지 않
                 는다면 그대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모든 일이란 모

                 두 그대들 자신이 불러일으키는 것으로,전혀 나와는 상관이 없
                 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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