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0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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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비교해서)어떠냐?”고 말하였다.사람들은 여기에서 대뜸 알
                 아야 할 것이다.
                   산승에게 “연꽃이 물에서 나오지 않았을 때는 어떠하냐?”고
                 물으면 “노주와 등롱이다”고 대답하겠으며,“물위에 나왔을 때
                 는 어떠하냐?”고 묻는다면 “지팡이 끝엔 일월을 둘러메었으나
                 발은 깊은 진흙 속에 빠졌다”고 말했을 것이다.그대는 언어문

                 자로 사량분별하여 착각하지 마라.요새 사람들처럼 언구나 되
                 씹는 자들은 언제 깨칠 기한이 있겠는가?그대는 말해 보라,연
                 꽃이 물위에 나왔을 때는 어떤 상황이며 나오지 않았을 때는
                 어떠한 상황인가?여기에서 알아차릴 수 있다면 그대가 직접
                 지문(의 본뜻)을 알았다고 인정하리라.
                   설두스님은 말하기를 “그대가 알아차리질 못했다면 강남․
                 강북의 선지식들에게 묻고 물어”라고 하였는데,설두스님이 말
                 한 뜻은 너희가 강북이나 강남을 찾아가 큰스님들에게 물에서

                 나왔을 때와 나오지 않았을 때를 물어,강남에서 (남의 말을 들
                 어)두 구절을 더하고 강북에서 (남의 말을 들어)두 구절을 더
                 하여 한겹 한겹 거듭한다면 더더욱 의심만 늘어날 것이라는 말
                 이다.
                   말해 보라,어느 때에나 의심하지 않을 수 있는가를.이는 마
                 치 의심 많은 여우가 빙판 위를 가면서 물소리를 들어본 후 물
                 소리가 울리지 않아야 강을 건너는 것과 같다.참학(參學)하는

                 사람이 여우처럼 의심하고 또 의심해서야 어느 시절에 뚜렷한
                 경지를 얻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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